차 밑에서 만난 새끼 고양이 구조기, 병원 진료와 격리 생활

고양이 · 실제 구조 기록
새끼 고양이 구조 후 처음 2주,
차 밑에서 만난 아기 고양이 이야기

7월 27일 밤, 당근에 차 밑에서 몇 시간째 울고 있는 새끼 고양이가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평소 같았으면 안쓰럽다고 생각하고 지나갔을 글인데, 그날은 이상하게 직접 확인해봐야 할 것 같아서 현장으로 갔다.

구조일 7월 27일 밤
추정 월령 약 1개월 반
당시 상태 마름 · 눈 증상
처음 2주 요약

구조 후 달라진 과정을 한눈에 정리하면

구조 당일
차 밑에서 구조한 뒤 곧바로 24시 동물병원으로 이동했다.
첫 며칠
별도 방에서 격리하며 처방받은 약과 안약을 사용하고 식사량과 눈 상태를 살폈다.
격리 중
배변에서 회충을 발견해 다시 병원에 방문하고 구충 치료를 시작했다.
약 2주 후
눈 상태와 활동량이 좋아졌고 사람의 손길과 집 안 생활에도 빠르게 적응했다.
01

몇 시간째 차 밑에서 혼자 울고 있었다

현장에 가보니 정말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차 밑에 숨어 있었다. 크기로 봤을 때 대략 한 달 반 정도 된 새끼 고양이로 보였다. 눈 상태도 좋지 않았고 몸은 많이 말라 있었다.

어미와 독립해서 혼자 생활하기에는 너무 어린 시기였다. 주변에 어미나 다른 새끼 고양이도 보이지 않았고, 몇 시간째 혼자 계속 울고 있었다.

그날은 날씨까지 더웠다. 이미 오랫동안 울고 있었다고 하니 탈수나 저혈당도 걱정됐다. 상태를 직접 보고 나서는 그냥 두고 오기는 어려웠다.

차 밑에서 몇 시간째 울고 있던 어린 새끼 고양이
처음 발견했을 때. 차 밑에 숨어 혼자 울고 있었다.
내가 이 상황에서 바로 구조하기로 한 이유
어린 월령 독립하기에는 너무 어린 크기
몇 시간째 울음 더운 차 밑에서 장시간 혼자 있음
건강 이상 눈 상태가 나쁘고 몸도 많이 마름
TIP 혼자 있는 새끼 고양이라고 무조건 바로 구조해야 하는 건 아니다

어린 고양이만 있다고 해서 반드시 버려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어미 고양이가 먹이를 구하러 갔거나 사람이 가까이 있어서 숨어 있을 수도 있다.

고양이가 깨끗하고 기운이 있으며 안전한 장소에 있다면 거리를 두고 어미가 돌아오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할 수 있다. 반대로 눈에 띄게 아프거나 다쳐 있거나, 차량이나 날씨 등으로 당장 위험한 상황이라면 빠르게 도움을 받는 편이 좋다.

이번 경우에는 어린 월령에 눈 상태까지 좋지 않았고, 더운 차 밑에서 몇 시간째 혼자 울고 있었기 때문에 바로 구조했다.

02

금방 잡을 줄 알았는데 두 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간식으로 유인했다. 가까스로 한 번 잡았는데 그대로 놓쳐버렸고, 그 뒤로 거의 두 시간 동안 고양이를 따라다녔다.

뛰어다니다 넘어져서 발톱이 깨지고 무릎도 찢어졌다. 잡는 과정에서는 얼굴도 물렸다. 고양이도 지치고 나도 지쳐갈 때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다시 시도했고 그때 겨우 잡을 수 있었다.

TIP 구조할 때는 사람도 다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

겁먹은 고양이는 평소 사람에게 순한 아이라도 잡히는 순간 물거나 긁을 수 있다. 가능하다면 이동장이나 안전한 박스, 큰 수건 등을 먼저 준비하는 편이 좋다.

특히 차량 주변에서는 고양이에게만 집중하다가 사람까지 다칠 수 있으니 차가 움직일 가능성과 주변 통행도 같이 확인해야 한다.

고양이에게 물리거나 긁혀 피부가 찢어졌다면

상처를 바로 비누와 흐르는 물로 충분히 씻는 것이 기본이다. 얼굴이나 손을 물렸거나 상처가 깊은 경우, 붓기·열감·통증·진물이 생기는 경우에는 사람도 의료기관에서 확인받는 편이 좋다.

03

잡자마자 담요에 안고 24시 동물병원으로 갔다

케이지를 준비할 상황도 아니어서 잡은 뒤에는 담요로 감싸 안고 바로 24시 동물병원으로 이동했다.

처음 봤을 때부터 눈 상태 때문에 허피스를 의심하고 있었다. 병원에서도 허피스 증상으로 진료를 받았고 안약과 가루약을 처방받아 돌아왔다.

몸은 굉장히 말라 있었지만 다행히 식욕은 좋았다. 배가 많이 고팠는지 주는 음식은 잘 먹었다. 첫날은 탈진해서 힘이 없어 보였지만, 먹는 힘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조금 안심이 됐다.

구조 직후 담요에 안겨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지쳐 있던 새끼 고양이 두루
구조 직후. 눈 상태가 좋지 않았고 많이 지쳐 있었다.
TIP 구조 직후에는 눈만 보지 말고 전체적인 상태를 같이 확인했다

눈곱과 눈 상태뿐 아니라 콧물과 재채기, 밥을 먹는지, 물을 마시는지, 평소처럼 움직이는지 등을 같이 살펴봤다.

고양이의 상부 호흡기 질환에서는 눈이나 코의 분비물, 재채기, 무기력, 식욕 저하 등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어린 고양이는 상태가 빠르게 달라질 수 있어 증상이 눈에 띄면 병원에서 확인하는 게 가장 정확하다.

어린 고양이는 상태가 빠르게 나빠질 수 있다

입을 벌리고 숨을 쉬거나 호흡이 힘들어 보이는 경우, 먹지 못할 정도로 처져 있는 경우, 반복되는 구토·설사나 심한 탈수 증상이 있는 경우, 눈을 뜨지 못하거나 각막이 뿌옇게 보이는 경우에는 집에서 지켜보기보다 가능한 한 빨리 동물병원에 문의하는 편이 안전하다.

04

집에 오자마자 방 하나를 따로 썼다

집에는 이미 성묘들이 있었기 때문에 구조한 고양이와 바로 만나게 하지는 않았다. 방 하나를 통째로 격리 공간으로 사용했다.

갑자기 데려온 거라 처음부터 모든 용품이 준비돼 있었던 건 아니다. 낮은 박스로 임시 화장실을 만들고 주변에는 배변패드를 깔아뒀다.

사료는 로얄캐닌 키튼을 바로 사서 먹였고, 저녁에는 습식 사료도 같이 줬다. 다행히 처음부터 잘 먹고 화장실도 잘 사용했다. 허피스 증상 외에는 전반적으로 건강한 편이었다.

구조한 새끼 고양이 두루를 위해 방에 마련한 배변패드와 낮은 임시 화장실
갑자기 만든 격리 공간. 낮은 박스를 임시 화장실로 사용했다.
우리 집에서 첫날 준비했던 것
기존 고양이와 분리할 방
낮은 임시 화장실
새끼 고양이용 사료
습식 사료
물과 편하게 쉴 자리
배변패드
TIP 기존 고양이가 있다면 새로 온 고양이는 일단 분리하는 편이 좋다

새로운 고양이가 어떤 감염성 질환이나 기생충을 가지고 있는지 처음부터 모두 알기는 어렵다. 별도 공간을 사용하면 새 고양이의 식사와 배변, 재채기나 눈 상태 등을 따로 관찰하기도 쉬워진다.

가능하다면 화장실과 식기 역시 기존 고양이와 분리하고, 새 고양이를 돌본 뒤에는 손을 씻는 편이 좋다.

월령에 따라 먹이는 방법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내가 구조한 아이는 약 한 달 반 정도로 추정됐고 이미 스스로 키튼 사료와 습식을 먹을 수 있었다. 훨씬 어린 신생묘는 보온과 수유 방법부터 다르기 때문에 이 글의 급여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월령을 먼저 확인하는 게 좋다.

05

허피스만 신경 쓰고 있었는데 배변에서 회충이 나왔다

처음 며칠은 허피스가 가장 신경 쓰였다. 처방받은 약을 먹이고 안약도 수시로 넣어주면서 눈 상태를 계속 확인했다.

다행히 밥도 잘 먹고 배변도 잘했다. 그런데 어느 날 배변에서 회충이 보였다.

결국 다른 동물병원에 다시 방문했고 구충제와 고양이용 기생충 관리 약을 처방받았다. 처음 병원에서 큰 문제를 하나 확인했다고 끝이 아니라, 집에서 먹고 싸는 모습을 계속 보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이때 느꼈다.

구조 직후 24시 동물병원에서 받은 새끼 고양이 안약 처방 안내서
구조 직후 24시 동물병원에서 받은 처방 안내. 안약은 하루 6회 사용하도록 안내받았다.
TIP 구조묘를 데려왔다면 배변도 그냥 치우지만 말고 한 번씩 확인

설사를 하는지, 배변을 제대로 하는지, 눈에 보이는 벌레나 이상한 내용물이 있는지 정도는 확인해두면 좋다.

이상한 것이 보이면 사진을 남겨두면 병원에서 설명하기도 훨씬 쉽다. 기생충 약은 고양이의 월령과 체중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임의로 사용하기보다는 병원에서 확인했다.

배변에 벌레가 직접 보이지 않더라도 기생충 감염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구조묘라면 진료할 때 분변검사와 이후 구충 일정을 함께 상담해두는 편이 좋다.

06

처음 2주 동안은 작은 변화들을 계속 봤다

특별한 걸 한 건 아니다. 약을 챙겨주고 밥을 주면서 매일 눈 상태와 컨디션을 확인했다.

내가 실제로 계속 봤던 것
눈곱과 눈 상태
콧물과 재채기
사료 먹는 양
배변 상태
활동량과 기운
약과 안약 사용

첫날에는 탈진해서 기운이 별로 없었는데 먹는 건 처음부터 잘 먹었고 회복도 빨랐다. 시간이 지날수록 움직임도 많아지고 표정도 달라졌다.

07

사람은 무서워했는데 손길은 좋아했다

처음에는 사람 자체를 꽤 무서워했다. 두 시간이나 쫓기다가 잡혔으니 당연했을 것 같다.

그런데 막상 손으로 쓰다듬는 건 크게 거부하지 않았다. 며칠 지나면서 내가 방에 들어가면 가까이 있으려고 했고, 쓰다듬어주면 골골거리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꾹꾹이도 하고 내가 있는 쪽으로 따라왔다. 조금씩 나를 자기를 챙겨주는 사람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 같았다. 차 밑에서 죽어라 도망가던 첫날과 비교하면 꽤 빠른 변화였다.

08

격리는 했지만 결국 기존 고양이들에게도 허피스가 옮았다

새끼 고양이라 성묘를 새로 데려왔을 때보다 관계 적응은 비교적 덜 걱정했지만 바로 만나게 하지는 않았다.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동안에는 방을 분리하고 접촉을 최대한 막았다.

대신 가장 신경 쓴 건 허피스와 회충이 기존 고양이들에게 옮지 않는 것이었다. 방도 따로 쓰고 최대한 접촉을 막았다.

그래도 허피스는 결국 기존 고양이들에게 옮았다. 우리 집 성묘들은 예방접종을 모두 마친 상태였고, 열이 나거나 평소보다 잠을 많이 자는 아이도 있었다. 시월이는 식욕이 떨어지고 순막이 보였으며 헛구역질과 목소리 변화까지 생겨 24시 동물병원에서 주사 치료를 받았다. 해달이도 컨디션과 식욕이 떨어져 진료를 받았고 이후에는 다시 회복했다.

TIP 예방접종을 했다고 허피스 감염 자체가 완전히 막히는 것은 아니다

고양이 허피스 백신은 감염을 100% 차단하는 백신이라기보다 감염됐을 때 임상 증상의 심각도를 줄이는 데 목적이 있는 백신에 가깝다.

예방접종을 마쳤더라도 식욕 저하나 심한 무기력, 눈·코 증상이 나타난다면 가볍게 볼 수 없다. 같은 환경에 있던 고양이라도 증상의 정도는 서로 달랐다.

09

2주가 지나자 처음과는 꽤 다른 고양이가 됐다

잘 먹고 잘 자면서 빠르게 기운을 되찾았다. 가장 신경 쓰였던 눈 상태도 처음보다 많이 좋아졌다.

처음에는 말라 있고 지쳐 있던 새끼 고양이였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사람을 따라다니고 장난치고 골골거리는 평범한 아기 고양이가 됐다.

구조 당시보다 눈 상태가 좋아져 푹신한 방석에서 편안하게 쉬는 고양이 두루
구조 당시보다 눈 상태가 좋아지고 표정도 한결 편안해진 현재의 두루.
10

2주가 지나고, 두루는 우리 집의 네 번째 고양이가 됐다

구조할 때까지만 해도 눈앞의 작은 고양이를 안전하게 데려오고 치료를 받게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다 이름을 두루라고 지었고, 지금은 기존 세 마리 고양이와 함께 사는 우리 집의 네 번째 고양이가 됐다.

구조 직후 좋지 않았던 눈 상태는 처음보다 많이 나아졌고, 밥을 잘 먹고 활발하게 움직이는 모습도 계속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지쳐서 힘이 없어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집 안을 돌아다니고, 사람을 따라오고, 먼저 손길을 찾는 평범한 아기 고양이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기존 고양이들과의 적응이 처음부터 매끄러웠던 것은 아니다.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오면서 기존 고양이들의 분위기와 관계에도 변화가 생겼고, 각자의 공간과 반응을 계속 살펴봐야 했다. 구조는 집으로 데려오는 순간 끝나는 일이 아니라 치료와 격리, 기존 고양이의 건강 관리와 적응까지 이어지는 과정이라는 걸 알게 됐다.

구조 후 건강을 회복해 집에서 밝은 표정으로 생활하고 있는 고양이 두루
지금의 두루. 구조 당시보다 표정과 행동이 훨씬 편안해졌다.

다시 7월 27일로 돌아가도 아마 똑같이 구조할 것 같다. 좋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나간 건 아니었다. 그냥 그 상태의 고양이를 보고 집으로 돌아왔다면 계속 어떻게 됐을지 신경 쓰였을 것 같다.

당시에는 어미와 떨어져 혼자 생활하기엔 너무 어렸고, 눈 상태도 좋지 않았다. 몇 시간째 더운 차 밑에서 울고 있었으니 그대로 뒀다면 상황이 더 안 좋아졌을 가능성도 있었을 것 같다.

사람에게 고양이와 같이 사는 시간은 긴 인생의 일부지만, 고양이 입장에서는 그 집과 사람이 생활의 거의 전부다. 데려온 이상 그냥 잘 먹이고, 아프면 치료하고, 편하게 살 수 있게 해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동물 학대나 유기 같은 소식을 볼 때마다 씁쓸한데, 적어도 얘 한 마리는 그런 일을 겪지 않게 됐다.

어쨌든 그날 데려오길 잘했다. 지금은 그것만 확실하다.

※ 이 글은 실제로 구조한 새끼 고양이와 생활하며 겪은 과정을 기록한 개인 경험입니다. 고양이의 월령과 건강 상태에 따라 필요한 조치와 치료는 달라질 수 있으므로, 증상이 있거나 판단이 어려운 경우에는 동물병원 진료를 권합니다. 일반 정보는 ABCD 고양이 허피스 가이드라인, CAPC 기생충 관리 지침, Best Friends 새끼 고양이 돌봄 자료, CDC 고양이 안전 정보를 참고해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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